물류난·대금결제난 이어 또다른 장애물 직면
루블로 상환하라면, 환전마비에 환차손 노출
러시아가 한국을 비(非) 우호국가로 지정하면서 현지 진출 기업들의 불안감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우리 수출기업은 이미 해운사들의 해상 물류 서비스 중단으로 현지 판매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환전 업무도 마비된 상태다. 현지 통화로 주로 거래하는 생산법인의 실적 악화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7일(현지시간)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와 지역 목록을 발표하면서 이 목록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된 국가들에는 외교적 제한을 포함한 각종 제재가 취해진다.
비우호국가의 기업 및 개인들과의 모든 거래는 러시아 정부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수출 기업들이 러시아 은행들의 국제 은행간 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배제로 대금결제에 초비상이 걸린 상황에 또다른 장애물에 부닥친 것이다.
채무 상환도 러시아 루블화로 해야 한다는 것도 난관이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 경제 제재 이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미 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환율은 연일 사상 최고 수준을 돌파하고 있다.
환 변동성이 확대되자 사실상 환전 업무는 거의 마비된 상태여서 중소기업 등의 경우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지 생산공장 확보 기업들…시름도 깊어
가전업계의 경우 현지화로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 중이다.
최근 루블화가 빠르게 떨어지면 현지 제품가격 책정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생산법인이 보유한 외화가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화환산차손까지 겪고 있는 상황이다.
비우호국 지정으로 현지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기아 20만5801대, 현대차 17만1811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 판매량 2, 3위로 수입차 중 판매 1위다.
삼성전자도 현재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받으면서도 러시아 스마트폰 점유율 1위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해상 물류 서비스 중단으로 아예 판매 제품을 선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이번 사태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낙인이 찍힐까 노심초사다.
공급망 불안으로 부품 등 수급 역시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 현재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으로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생산 재개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삼성전자, LG전자도 현재 일부 부품 수급이 지연되면서 생산 일정을 조정하는 등 대응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물류난이 심해지면서 수출기업들의 영향이 불가피하고 단기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하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 위축 등으로 이어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조속히 종료되기를 희망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 외에는 덧붙일 말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외교부 "필요한 조치 검토"
외교부는 필요한 조치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8일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러시아 측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국내외 관련 부문들과의 긴밀한 소통하에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검토에 따른 필요 조치에 대해서는 추후 가능할 경우 적시에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우호국 지정 관련 러시아가 한국에 개별통보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출처: 한국무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