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10년 만에 부산항 신항에 컨테이너부두가 개장한다.
신항 남측 2-4단계(6부두)를 운영하는 부산컨테이너터미널(BCT)은 오는 4월 1일 1개 선석을 우선 개장하고
6월 중 나머지 2개 선석을 개장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BCT는 HDC와 KDB인프라, 대우건설, HMM이 투자한 터미널이다. 연간 220만 TEU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최대 250만 TEU까지 감당할 수 있다.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BCT를 지난 9일 찾아 자동화·무인화 현장을 미리 엿보았다.
BCT 2-4부두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컨테이너부두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안벽크레인이었다.
정박한 배의 컨테이너를 들고 내리는 53m 높이 크레인에는 그동안 봐 왔던 조종석이 없었다.
국내 최초로 운영실에서 사람이 원격으로 작동하는 형태다.
마침 운영실에서는 직원들이 모니터 4대를 보면서 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레버를 움직이며 시험가동(장비 점검) 중이었다.
‘쉬는 틈을 이용해 여가를 즐기는 정도’로 착각할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동안 안벽크레인 조종은 치열한 삶의 현장과 같았다.
크레인을 조종하는 기사는 강풍이 부는 바다에서 50m가 넘는 높이까지 올라가야 했고,
컨테이너가 내는 굉음과 기계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사투를 벌이며 ‘초집중 상태’에서 컨테이너를 내려야 했다.
시야 확보도 충분히 안 돼 불편한 자세로 목을 빼며 장시간 앉아있다 보니 경력 1, 2년만 되면 허리·목디스크를 안고 살아야 했다.
잠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기에 근로자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무인 원격 조정장치에 안전성 문제는 없을까?
BCT 송지은 매니저는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이나 중국 상해항 등에서 도입해 운영하는 장비”라며 “안전성이나 생산성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본다.
기사들이 원격조종에 익숙해지면 시간당 더 많은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감소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직원 한 명이 안벽크레인 한 대를 운영할 예정이지만, 같은 기가 도입된 항만에서는 한 명이 서너 대를 다루기 때문이다.
크레인은 8대가 설치됐다.
컨테이너를 24열로 적재한 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개장 전에 3대가 추가 설치돼 총 11대가 운영될 예정이다.
컨테이너 장치장에는 무인자동화 야드크레인(ARMGC)이 설치됐다.
기계가 자동으로 컨테이너를 옮기거나 트레일러 차량에 올린다.
앞으로 부산항 신항은 무인화·자동화 부두로 조성될 예정이다.
현재 공사 중인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2-5 부두는 내년 7월 3개 선석 규모로 들어서고,
2-6 단계는 2024년 7월 중소형선(피더) 전용부두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차례로 개장할 예정이다.
이들 부두는 2-4 부두보다 더 자동화된다.
안벽크레인이 내린 컨테이너를 무인·자동으로 장치장에 옮기는 스트래들 캐리어가 완전 무인으로 운영된다.
이처럼 완전자동화가 된 장치장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위험도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로 항운노조와 이견이 커 무인 자동화 스트래들 캐리어 운영 여부는 현재까지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