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악재, 신음하는 한국기업 - 벼랑 끝 몰리는 채산성
물류 대란 여파 적자전환 속출
재료비, 매출원가의 50% 넘어
영업익 1년새 6%서 -4.8%로
시장잃을까 수출가격 인상못해
자동차 부품 대기업 N사는 매출원가(판매관리비 포함)에서 차지하는 운송비 비중이 올해 들어 7.6%에서 13.6%로 뛰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지난해 3분기 6%의 양호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나 올 3분기에는 -4.8%를 기록했다.
화학 소재 기업 H사도 매출원가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새 2배 수준인 10%대로 뛰면서 올 3분기에 1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6일
“지난해 같은 분기만 해도 6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90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이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항만 봉쇄 등 최악의 물류난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해운운임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가파르게 반등하고 있다.
잇단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충격파와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 여파로 국내 산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공급망 붕괴 우려가 커지면서
산업 특성상 재료비와 물류비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의 ‘내상’이 주요 국가에 비해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오미크론’발 경제 충격마저 더해지면 채산성 악화로 ‘유동성 위기’를 맞는 기업도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계에 따르면 물류 대란 여파로 적자로 돌아선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올 1~3분기 동안 국내 기업이 원자재 수입 물가 상승으로 본 손해액만 해도 약 67조 원(비금융 제외)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5년간 국내 기업 전체의 연평균 영업이익(약 204조 원)의 약 33%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라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취약한 구조로 한국 기업이 더 큰 손실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산업의 매출원가 대비 재료비 비중은 50%를 웃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공급망 불안 등 여파로 원자재 수입물가지수는 올 1~3분기 동안 32.3%나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원자재 가격 지수는 지난 10월 말 현재 192.4로 지난해 4월(84.0)에 비해 129.0% 올랐다.
국제유가는 현재 배럴당 60달러(약 7만1000원) 중반으로 지난해 4월 15달러와 비교하면 4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전체 영업이익률이 경쟁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어서
채산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수출 경쟁력도 약화하고 시장 점유율마저 빼앗기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일반 기계·선박 업종의 영업이익률(3.5%)은 미국(12.5%)은 물론, 심지어 중국(9.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전자부품·장비 업종 역시 8.6%로, 미국(14.7%)·중국(13.9%)을 크게 밑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선업만 해도 최근 수주가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원자재 값이 올라 채산성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철강은 철광석 가격 급등에 친환경 규제 비용 증가로 인해 그야말로 ‘골병’이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