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노조·월마트·UPS등 기업과 비상대책회의
외국기업은 삼성만 불러
기업 "물류처리 확대" 약속
연말 쇼핑시즌 마비 땐
바이든 지지율 타격 우려
내년 중간선거도 악영향
항만·트럭 노동자 충원없이
24시간 운영 효과는 미지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물류 관련 연합체와 노동조합, 주요 기업 대표들이 참여하는
비상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최악의 물류 대란 타개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미국 최대 물동량을 처리하는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 이어
로스앤젤레스(LA)항도 연중무휴로 24시간 가동하겠다며 민간 기업들의 협력을 촉구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심화된 공급망 동맥경화가 연말 쇼핑 특수 기간 공급 차질로 이어지며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정치적 역풍이 일어나는 상황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LA항과 롱비치항 경영진, 국제항만창고노조(ILWU) 지도부,
주요 물류·소매 기업 대표들과 영상회의를 하고 이 같은 방안을 내놨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최경수 삼성전자 북미총괄이 해외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유일하게 초청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롱비치항에 이어 LA항도 주 7일·24시간 운영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앞서 롱비치항은 지난달부터 부분적으로 24시간 운영체계를 가동 중이다.
이들 두 곳은 미국 항만 물동량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최대 관문 항구다.
미국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전 세계적인 물류 대란이 극심해지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3일(현지시간)
미국 내 주요 항만의 화물 적체 현상을 완화 시킬 수 있는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오후 비대면 간담회를 열고
화물 적체 현상이 심각한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로스앤젤레스(LA) 등 주요 서부 항을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는 페덱스, UPS, 월마트, 홈디포 등 미국 주요 배송·소매업체도 참석, 배송 시간을 늘리고 운송 마비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들어오는 선적 컨테이너 물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LA항과 롱비치항은
최근 심각한 병목 현상으로 화물을 제때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이 두 항구 인근 앞바다에서 무려 60여척의 컨테이너선이 화물 하역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에는 1척을 보는 것도 이례적이었다"며
"캘리포니아주 항만들의 대규모 병목 현상은 미국의 내구재 수요 급증, 낡은 화물 및 철도 시스템,
서부 해안의 숙련된 항만노동자 부족 사태 등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LA항, 롱비치항, 국제항만창고노조 지도부를 만나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최근 물류 대란은 주요 항만의 선적 작업 뿐 아니라 내륙 운송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항만에 쌓인 화물을 내륙으로 운송할 트럭 운전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8월 퇴직자 수는 327만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바이든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이후 물류난이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좀처럼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잇따른다.
중국에서 미국 서해안으로 컨테이너 1개를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년 전인 2020년8월 약 3000달러에서
올해 9월에는 2만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뉴욕타임스는 "연말 연휴 시즌을 앞두고 제품을 미리, 더 많이 주문한 탓에 병목 현상이 한층 더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연말 최대 대목을 앞두고 이 같은 물류난이 확산할 경우,
기업 실적 타격은 물론 경제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미국 제조사 상당수는 제품 생산의 대부분을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위탁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물류 대란 등 공급망 차질 여파를 지적하며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0%에서 6.0%로 낮췄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전역으로 상품 배송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것은 전국의 전체 화물 운송과 물류 공급망을 '24/7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 번째 핵심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미국 물류 상황을 개선할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기업과 노조의 대승적 협력을 촉구하며 연방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회의에 참여한 미국 대표 물류·소매 기업 대표들도 각각 컨테이너 하역과 국내 운송량을 늘리기 위한 방안들을 내놨다.
미국 최대 소매 업체인 월마트는 야간 작업을 늘려 향후 몇 주 동안 물류 처리량을 50%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달 말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연말 휴가·쇼핑 시즌을 대비해 최대한 매장 판매대를 채워놓겠다는 것이다.
주요 소매 체인인 홈디포와 타깃도 컨테이너 처리·운송량을 10% 늘리기로 약속했다.
주요 물류 기업인 UPS와 페덱스는 항만과의 데이터 공유, 트럭·철도 활용 등을 통해 국내 운송 물량을 최대 2배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향후 90일 동안 연중무휴 화물 처리 시스템을 가동해 물동량을 60%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백악관은 관련 자료에서 삼성에 대해 "미국 가정 중 72%는 적어도 하나의 삼성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며 회의에 초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들 6개 기업이 매주 컨테이너 3500개 분량의 화물을 추가로 처리해 물류 대란의 숨통을 틔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기업들을 직접 불러 협력을 호소한 것은 바닥을 면치 못하는 지지율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물류 대란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미국 기업들에 타격을 가한다면
힘든 집권 첫해를 보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욱 큰 정치적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혼란스러운 아프가니스탄 철수 후폭풍과
4조달러(약 4750조원) 규모 인프라스트럭처·사회복지 예산안 처리 난맥상에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물류 대란이 이어져 미국인들의 연말 쇼핑 시즌까지 차질을 빚는다면 내년 중간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나온 대책들이 현재의 물류 대란을 뒤집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류 대란의 근본적 원인이 항만 근로자나 트럭 운전사 등 인력 부족에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 모자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대적인 인력 충원 대책이 없는 이상
주 7일·24시간 항만 운영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출처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