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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항은 컨테이너 산맥… “옮길 사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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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G로지스틱스 2021-10-07 09:53

매일 7시간씩 쉬는 LA·롱비치항
물류 대란 해소 시점 예상조차 어려워
 
 
지난 2일(현지 시각) 오후 미 캘리포니아 롱비치 항구와 로스앤젤레스(LA) 항구가 한눈에 보이는 ‘룩아웃포인트공원’.
 
부두에서 2~3km쯤 떨어진 바다엔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대형 화물선 30여 척이 해무(海霧) 속에 정박 중이었다.
 
미국 1·2위 컨테이너항인 LA와 롱비치항으로 들어오려는 선박들이 제때 들어오지 못해 장사진을 이룬 것이다.
 
근처에서 4년째 과일을 팔고 있다는 귀엘모(57)씨는 “코로나 전에는 기껏 1~2척이 바다 위에서 기다렸다”며
 
“지금처럼 수십 척이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형 크레인들이 설치된 롱비치와 LA항 터미널에선 머스크·에버그린 같은 글로벌 선사 소속 대형 선박들이 컨테이너를 내리고 있었다.
 
드넓은 항구는 6층 높이 거대한 컨테이너 산으로 뒤덮여 있었다.
 
롱비치 항구에서 가장 큰 화물 터미널인 TTI(토털 터미널 인터내셔널)에서 만난 한 트럭 운전사는
 
“화물이 너무 많아 이를 나를 트럭 운전사도 부족하다”고 했다.

세계 최대 소비 대국 미국행 화물 컨테이너의 40%가 들어오는 관문인 두 항구는 앞바다에
 
선박 수십 척이 2~3주간 대기하는 병목현상을 빚으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선박 복귀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해운사들이 다른 노선 배를 미국 노선에 투입하면서
 
유럽·아시아 노선에서도 선박 부족으로 물류 차질이 연쇄적으로 빚어지고 있다”고 했다.
 
해운 업계는 LA·롱비치 항구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이 항만의 운영 시간을 꼽는다.
 
미국·유럽·아시아의 주요 항만 가운데 24시간, 365일 연중무휴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을 하지 않는 곳은 LA·롱비치 항구뿐이다. 
 
LA·롱비치항은 서부해안항만노조(ILWU)와 맺은 근로 계약 때문에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만 2교대로 일한다.
 
게다가 오후 4~6시에도 근무 교대 시간이라는 이유로 일을 하지 않는다.
 
전체 항만 운영 능력의 60~70%만 가동되는 셈이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도 LA·롱비치항의 이 같은 근로시간 때문에 2~3일 정도 선박들이 항구 앞에서 대기하는 게 일상적이었다”면서
 
“천재지변이나 기상 문제가 아닌 이유로 선박이 이처럼 대기하는 것은 LA·롱비치항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말했다.
 
해운사들은 그동안 LA·롱비치항의 고질적인 하역 지연 문제를 탄력적인 선박 운용으로 해소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동량이 쏟아지면서 해운사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데다 LA·롱비치항은
 
여전히 매일 7시간씩 멈춰 있어서 물류 대란을 심화하고 있다.

현재 노조와 항만 운영 당국은 24시간 항만 운영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롱비치항에서만 휴일에도 트럭이 드나들며 컨테이너 운송 작업을 하는 게 그나마 진전된 것이다.
 
평균 연봉 10만달러(약 1억1800만원)가 넘는 미 서부 항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24시간 항만 운영에 서둘러 합의해줄 이유가 없다.
 
미국 경기 회복으로 실업률이 떨어지면서 컨테이너 트럭 운전사를 신규 채용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물류 대란이 해소되려면 항만 근로자들이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24시간 동안 하역하고, 이 컨테이너를 트럭이 쉴 새 없이 날라야 한다.
 
그러나 LA항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 물량은 지난해보다 30% 늘었지만, 화물 트럭 운행 능력은 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경기 회복과 함께 일자리가 늘면서 트럭 운전사를 구하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재난지원금을 두둑하게 받은 미국인들이 트럭 운전사와 같은 힘든 업종을 기피하는 것도 트럭 운전사 구인난을 가중하고 있다.

미 항만 물류 병목현상은 미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LA·롱비치항에 이어 미국 내 둘째 규모 항만인 뉴욕·뉴저지항에서도 지난주 20여 척의 화물선과 유조선이 항구에 들어가지 못하고
 
앞바다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부 항만 정체가 길어지자 동부 항만을 통해 수입·수출 물량을 처리하려는 화주들이 몰린 것이다.
 
김태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물류연구본부장은
 
“정기 컨테이너선이 정해진 스케줄에 하역을 하고 떠나야 글로벌 해운 물류가 돌아가는데 현재 상황은 한마디로 답이 없다”며
 
“코로나 사태와 미국 내 인력 부족, 항만 작업 지연 등 갖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 보니
이번 물류 대란의 종료 시점을 전망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