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해상운임 1년새 4배…빈 컨테이너 '하늘의 별따기'
"납기 맞추려면 항공기라도…" 겨우 반등한 수출 찬물 우려
국내 타이어 제조업체 A사. 최근 수출 제품을 선적하기 위한 빈 컨테이너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결국 운송비가 훨씬 비싼 항공기로 보냈다.
비용이 해운보다 수십 배 더 들어 이익이 남지 않는데도 납기를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보낸 것이다.
산업용 기계 부품업체 B사는 고객사로부터 물류비를 대신 내라는 요청을 받았다.
계약상 물류비는 고객사 부담이지만, 운임이 오르고 납기 지연이 반복되자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것이다.
혹여나 거래가 끊길까 싶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6일 해운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사상 최고치인 3613.1(지난 4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1년 전인 작년 6월 5일(925.5)과 비교하면 4배가량 오른 것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조만간 4000선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물류비 폭탄'에 수출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컨테이너를 실어 나를 배는 물론이고 제품을 담을 빈 컨테이너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웃돈을 줘서라도 구하면 다행이다. 컨테이너선 대신 자동차운반선(PCTC)이나 고기잡이배에 보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선사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경우가 많고, 정 안되면 항공 운송을 택하면 된다.
중견·중소기업에 항공 운송은 그림의 떡이다.
충남 소재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보기술(IT) 기기처럼 대기업의 고부가가치 제품은 항공기로 보내도 이익이 남지만,
중소기업이 주로 납품하는 부품이나 자재는 항공 운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판매 단가는 낮고 무게가 많이 나가 항공기로 보내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드는 탓이다.
물류비는 나날이 오르는데 제품 판매가를 올리지 못해 애태우는 기업도 상당수다.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면 국가 수출경기도 영향을 받게 된다.
올해 들어 빠르게 회복 중인 수출경기에 과도한 물류비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신유란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수출경기 회복은 글로벌 물동량이 늘어난 영향이 크기 때문에 물류비가 급증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갑자기 수출 물량을 줄이거나 수출 경기가 급격히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류비가 계속 오르면) 수출 경기가 덜 좋아지거나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