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 운임 10% 이상 오를듯… 美·中 갈등은 불안요소"
"코로나 사태 이후 탱커선 부진 계속…유가 상승에 기대"
올해 컨테이너선 운임이 일부 하락하겠지만 얼라이언스(해운동맹)를 중심으로 공급량을 조절해 방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벌크선(건화물선)은 각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에 따라 원자재 수요가 늘면서 운임이 10% 이상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3일 개최한 ‘2021 해양수산 전망대회’에서 이호춘 KMI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장은
이같은 내용의 ‘2021 해운시황 전망과 이슈’를 발표했다.
◇ KMI "해운동맹 공급량 조절 전략으로 운임 급락 없을 것"
KMI에 따르면 올해 컨테이너선 물동량은 지난해보다 4.5% 늘어날 전망이다.
해운전문 분석기관 드류리(6.6%)나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마킷(5.8%), 영국의 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5.5%)보다 보수적으로 평가했다.
올해 컨테이너선 공급량은 신조 인도 약 100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 해체 10만~20만TEU로 3%가량 선대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수급 상황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회복에 따라 컨테이너선 운임이 하락할 것이라는게 KMI의 전망이다.
ARIMA(자기회귀누적이동평균)모델을 적용하면 아시아~북미 서안 노선 운임은 FEU(12m 컨테이너 1개)당 평균 3000달러 수준으로 예측됐다.
KMI의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500달러가량 높으나, 지난달 26일 기준 FEU당 3968달러보다 1000달러가량 낮다.
KMI는 또 아시아~북유럽 노선 운임도 TEU당 평균 1500달러 수준으로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 노선의 운임은 4047달러다.
올해 말 63%가량 운임이 빠질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운임이 단기간에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초기 글로벌 선사들이 해운동맹을 중심으로 공급량을 조절해 운임을 선제적으로 방어했던 전략을 다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호춘 센터장은 "글로벌 선사들이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조절하는 ‘뉴노멀 시대 전략’을 활용해 지난해 하반기 고운임 상황을 만들었다"며
"올해 컨테이너선 운임도 일정 수준 하락하겠지만 선사들의 대응에 따라 손익분기점을 웃도는 수준에서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영순 HMM 컨테이너항로영업관리본부장 역시 이날 해양수산 전망대회 해운·물류세션 종합토론에서
"해운물류 시스템의 정상화는 당연히 이뤄지겠지만 선사들이 운임을 지키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 내내 해운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경기 부양책發 철광석·시멘트 수요 증가에 벌크선도 강세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건화물선 운임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과 인도 등이 조강(쇳물) 생산을 재개하면서 철광석과 원료탄 물동량이 늘고 경기부양책 효과로
시멘트나 목재 제품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으로 줄었던 중국의 돼지 개체수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대두 등 곡물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KMI는 케이프선 운임은 일일 1만5347달러로 지난해보다 17.4%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파나막스선 운임도 11.8% 상승해 일일 9600달러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탱커선 시장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직후 원유운반선을 부유식 저장소로 활용하며 공급량을 조절했지만,
원유 소비가 크게 줄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임이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수급 측면은 다소 나아질 것으로 관측됐다.
KMI는 세계 유조선 선복량(적재능력)은 약 0.5%(3700만톤) 석유제품운반선 선복량은 2%(6400만톤) 늘 것으로 예상했다.
원유와 석유제품 물동량 증가 전망치가 각각 3.5%, 6.5%인 것을 고려하면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것이다.
KMI는 이에 중동~아시아 항로 기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올해 일일 용선료를 9764달러로 전망했다.
클락슨리서치의 전망치 8828달러보다 높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LCC 일일 손익분기점 기준인 3만달러 이상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 센터장은 "유조선 시황은 상당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근 유가가 오르고 있고,
백신 보급에 따라 제조업이 재개돼 원유 등의 수요가 늘면 반등할 수 있다"고 했다.
◇ HMM·팬오션, 52주 신고가… 포트폴리오 다각화 잰걸음
해운시황이 강세를 보이면서 HMM(011200)과 팬오션(028670)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HMM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2만400원을 기록했다. 2013년 8월 이후 최고치다.
팬오션의 주식도 이날 5970원에 거래를 마쳐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HMM과 팬오션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HMM은 최근 GS(078930)칼텍스와 10년간 6300억원 규모의 원유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다.
GS에너지가 현대삼호중공업에 발주한 30만톤급 VLCC 3척을 인도받는 대로 HMM에 장기 임대하면,
HMM이 이 배들을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한국으로 GS칼텍스 원유를 수송하는 구조다.
HMM은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컨테이너선 사업에 쏠렸던 매출 구조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HMM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컨테이너선 부문과 벌크선 부문의 사업 비중이 6대4 구조였으나,
유동성 위기로 벌크선 사업부문을 차례로 매각하면서 2018년부터 9대1 구조가 고착화됐다.
지난해에도 HMM은 연결기준 980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91%(8929억원)가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나왔다.
벌크선이 주력인 팬오션은 LNG운반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말 영국·네덜란드 에너지기업인 로열더치셸과 신조 액화천연가스(LNG)선 장기용대선 계약을 맺은데 이어,
포르투갈 에너지 종합기업 GALP와 17만 4000CBM급 LNG선 1척에 대한 장기대선계약을 체결했다.
<출처: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