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까지 간 ‘환적화물 안전운임제 논란’
국토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장 제출
올해도 안전운임에 환적화물 포함될 듯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가 실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환적화물에 대한 안전운임 적용 여부를 두고 당국과 해운업계 간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환적화물이란 운송 도중 중간 항만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져 제3국으로 가는 화물을 말한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날
"안전운임제를 환적화물에 적용하는 것은 위법하다"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매년 안전운임을 결정하는 ‘안전운임위원회’ 역시 올해분 안전운임제에 환적화물을 그대로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업계는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신항에서 카고 크레인들이 컨테이너선에 화물을 싣고 있다. /김우영 기자
◇ 안전운임제, 선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안전운임제는 이른바 ‘물류업계의 최저임금제’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근거해 화물차주가 받는 최소 운임을 노선별로 규정한다.
화물 운송 현장에서 저운임으로 과로와 과적, 과속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해 도입됐다.
2020년 1월부터 3년간 시행한 뒤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일몰제로 운영된다.
안전운임보다 적은 운임을 지급할 경우 사업자에게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현재 안전운임제는 국내 육상운송 물류현장이라면 어디든 적용되고 있다. 항구의 수출입 컨테이너도 예외는 아니다.
화물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구성된 국토부 산하 안전운임위원회가 매년 수출입 컨테이너 등의 안전운임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수출입 컨테이너 개념에 ‘환적화물’까지 포함해 고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사들은 수출입 컨테이너와 달리 단순히 터미널을 경유하는 환적화물에 안전운임을 적용하는 것은
시범적으로 운용하는 안전운임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처사라는 입장이다.
선사들은 환적화물은 배에서 배로 옮기는 ‘편도’ 운송이 많은데, 안전운임제가 2배에 달하는 ‘왕복’ 요금으로 적용되면서
선사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행된 안전운임제 적용으로 2020년 환적화물의 트럭 운송비용은 전년 310억원에서 490억원으로 57% 올랐다.
같은 기간 수출입화물 운임이 12.5% 오른 것에 비해 과도하다는 게 선사들의 논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안전운임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선사가 참여하지 못했다"며
"객관적 현실이 반영되지 못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1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 신항 한진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트럭을 타고 선적을 앞둔 컨테이너를 분주하게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합의했다"…국토부, 법원에 항소
HMM(011200), 흥아해운(003280), SM상선 등 국내 선사 13곳은 지난 4월 국토부를 상대로
"환적화물에 적용된 안전운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8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법원은 지난달 8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규정하지 않은 운송품목인 환적화물에 대해 안전운임을 공표한 것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해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률유보의 원칙이란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권을 발동할 수 없음’을 말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많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출입 컨테이너에 대한 안전운임 규정을 마련할 때,
환적화물도 포함하기로 이해 당사자들과 충분히 합의한 부분"이라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안전운임위원회 내부에서도 안전운임에 대해 중소 운송사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만큼,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를 통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다른 소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월 1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 신항 한진터미널에서 한 트럭이 컨테이너를 싣고 다른 컨테이너들 사이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올해도 안전운임에 환적화물 포함…선사들 "법원 판단 무시 처사"
국토부의 항소와 함께 안전운임위원회 역시 2021년도에 적용할 안전운임을 최종 의결하면서, 이번에도 환적화물을 포함시켰다.
의결된 안전운임은 2월 초 고시돼 적용될 예정이다.
비록 1심에선 법원이 선사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 절차에 들어갈 경우 안전운임 고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올해 환적화물 안전운임은 지난해와 동일하다고 한다.
선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조봉기 해운협회 상무는 "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안전운임위원회를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해운협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국토부만이라도 사법부의 판결을 수용해 올해 안전운임고시에서 환적화물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국토부와 화물업계에 운임 결정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인 만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환적화물 안전운임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