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기 연속 적자를 내 온 HMM(옛 현대상선)이 2분기 흑자를 발표할 전망이다.
2016년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현대상선의 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바뀌는 등 한국 해운업이 홍역을 치른 뒤 맞이하는 첫 흑자 전환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14일 2분기 실적 공시를 앞둔 HMM은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HMM을 관장하는 해양수산부는 12일 ‘해운 재건 추진 성과 및 향후 계획’에 대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어서
이날 잠정공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HMM의 실적이 호전된 직접적인 이유는 선박 운임은 낮아지지 않는데 저유가 기조가 이어져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감했던 세계 물동량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지만
HMM을 비롯한 선박 회사들은 운항 편수를 늘리지 않아 운임이 계속 오르고 있다.
앞서 HMM이 소속된 세계 3대 해운 동맹 ‘디 얼라이언스’는 코로나19로 수요 감소 우려가 여전해 8월에도 감편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코로나19로 급락해 4월 저점을 찍었고,
지난 7일 기준 배럴당 41.22달러를 기록해 1월 최고점(배럴당 63.27달러)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HMM이 대형 컨테이너선을 과감하게 투입한 전략도 실적 견인에 보탬이 됐다.
머스크∙MSC 등 글로벌 대형 해운사는 대형선을 앞세워 물량을 독식하고 있다.
따라서 대형선을 투입하지 않으면 매출 증대는 물론 글로벌 경쟁이 불가능하다.
2015년 부채 비율이 2000%까지 치솟았던 ‘적자 기업’ HMM으로썬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물동량이 전체적으로 줄었는데 적자 기업이 대형선을 투입했다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잇따랐다.
올 초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면서 우려가 더 커졌지만 HMM은 4월 2만4000TEU급(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1호선인 알헤시라스호를 유럽으로 출항시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알헤시라스호는 1만9621TEU를 실어 선적량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또 2호선 오슬로호와 3호선 코펜하겐호 모두 백홀(돌아오는 노선)에서 만선을 기록했다.
백홀의 평균 화물적재율은 통상 50~60%다.
HMM은 4월 이후 대형 컨테이너선 9척을 투입해 7척이 만선을 기록했다.
HMM이 대형 경쟁사 머스크 등이 포함된 기존의 해운 동맹 ‘2M’에서 탈퇴해 4월부터 디 얼라이언스의 정회원으로 활동한 것도 물동량 확보에 도움이 됐다.
HMM은 1분기에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분기보다 손실 폭을 1000억원 이상 줄였다.
다만 HMM이 하반기에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해외 선사들이 하반기부터 선적량을 늘리면 운임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HMM은 배가 다니지 않는 상황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을 움직였기 때문에 흑자 전환이 가능한 것”이라며
“다만 해외 선사들이 언제든지 다시 배를 움직일 수 있어 실적 상승세가 지속 가능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