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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중소기업, 역대 최고 수출액에도 채산성 악화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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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G로지스틱스 2022-04-22 00:00

원자재 가격 급등에 금리 인상까지… 범정부적 대책 필요
 
 
올해 1분기 국내 중소 수출기업의 수출액이 300억 달러를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러한 호황에도 원자재 가격 급등과 채산성 악화에 직면한 수출기업들의 표정은 밝지 못한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4월 19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중소기업 수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기업 수출액은 30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했다.
 
이는 역대 1분기 중 최고치인 지난해 266억 달러 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한 것으로, 분기별 수출액 기준으로도 지난해 4분기(315억 달러) 다음으로 높다.
 
수출액 1000만 달러를 돌파한 기업 역시 총 384개사로 같은 기간 101개사 증가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의 금리 인상, 각종 공급망 문제가 덮치며 경영상 손익을 나타내는 채산성은 더욱 악화한 모습이다. 
 
●금리 인상에 수출운임 증가까지 부담 가중=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0.25% 인상하고, 오는 5월 0.5% 수준의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을 공식 논의하며 신흥국 수출시장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실제 브라질·칠레·폴란드 등 신흥국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했으나, 자본 유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약세를 보이다 올해 2월부터 크게 악화했다.
 
오는 5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견된 만큼 신흥국에 대한 수출 확대는 앞으로도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과거 금리 인상 시기 대비 국내 기업의 대출금리도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지난 2021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개월간 0.8%p 상승했으며,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빠른 수준이다. 
 
높아진 해상운임도 채산성에 걸림돌이 됐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4월 15일 기준 4228p로, 지난 1월 7일 5109를 기록한 후 13주 연속 하락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평균(3769)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이러한 운임 하락이 중국의 상하이 봉쇄 여파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해운업계는 최근 중국발 수출 물량 감소로 운임지수가 하락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봉쇄로 항만 적체가 심화한 상황에서 봉쇄 해제 이후 상하이 공장 가동이 재개돼 물동량이 갑자기 쏟아지면 해운 운임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2분기가 물동량이 증가하는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2020년 하반기 코로나19 락다운 해제 이후 물류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지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최근 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부채 이상으로 급등하고 중국 상하이 봉쇄에 따른 운임 증가 등 수출 부대비용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며 “정부와 수출기관은 중소 수출기업의 낙후된 납품단가 환경을 개선하고 해외공동물류센터, 해외 내륙운송 지원 등 실질적인 물류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채산성 악화 한목소리= 지난달 23일 중소기업중앙회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중소기업 수출입 애로 실태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의 채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한 수출입 중소기업은 전체 313개사 중 79.0%였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납품가격 반영 여부에 대해서는 4.2% 기업만이 전액 반영했으며 기업 대다수가 원자재 상승에 따른 손실을 감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시적인 수출액이 증가했음에도 기업의 손익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다.
 
이는 가격경쟁력 약화와 장기계약에 따른 단가 변경 어려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응답자들은 설명했다.
 
▷반도체류 ▷석유제품 ▷전기차 배터리를 필두로 한 기타기계류 등 전년 대비 수출액 증가 폭이 두드러진 품목들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신음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소기업의 반도체 수출액은 938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6.2% 증가했으며, 석유제품은 60.4% 증가한 558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타기계류는 755억 달러로 50.8% 늘었다.
 
반도체 업계는 수출액이 큰 폭 증가했음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핵심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물가 상승률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네온‧크립톤 등 반도체 핵심 원료의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0.9%‧105.1% 증가했다.
 
해당 원자재들에 대한 우크라이나 수입 의존도는 각각 23%‧31%로 2위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현지 생산시설이 전쟁으로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계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원유 생산량 감소 등으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제품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나프타 가격은 지난 14일 기준 톤당 943달러로 올해 초 700달러 초반을 유지하던 것과 비교해 30% 가까이 급등했다.
 
석유화학 업계의 주요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과 나프타의 가격 차이)는 올해 1분기 275.54달러로 지난 2019년 4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석유화학 업계는 에틸렌 스프레드의 손익분기점을 통상 톤당 300달러로 고려한다.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음극재‧ 양극재의 주재료 리튬‧니켈 가격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와 칠레의 리튬 자원 국유화로 대폭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리튬 가격은 kg당 450.5위안, 니켈 가격은 톤당 3만3250달러로 올해 초와 비교해 각각 38.4%‧45.8% 급등했다.
 
배터리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가격에 연동해 대응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즉각적인 제품가격 반영이 어려워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수출업계 협‧단체 “범정부적 대책 마련 시급”= 이러한 상황에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8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주력 수출업종별 생산단가 상승 현황과 애로사항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국내 16개 업종별 협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에 대한 범정부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석유협회는 “기본관세가 3%인 원유 및 벙커C유에 대한 무관세 적용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이미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도 0.1~0.2%의 낮은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석유화학협회는 “러시아산 중질 나프타 수입이 전면 중단돼 나프타 가격이 연초 대비 30% 상승했다”며 “이에 올해 나프타 할당 관세액이 전년 대비 70% 증가한 3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조선,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등 금속자재 수요가 높은 업종들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선협회는 “올해 4월 후판 가격이 톤당 140만 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국내 조선소의 수익이 크게 악화됐고, 특히 후판 가격 인상분을 공사손실충당금에 반영하면 회계상 영업손실이 무려 4조40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자동차 부품업계는 차량 경량화 소재인 마그네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공급선 다변화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는 네온 등 반도체 공정용 희귀가스 수입의 30~5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는데, 올해 1~2월 네온 수입가격이 무려 1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는 있으나 대체 가능한 중국산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고 있어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계산업진흥회는 원가 상승뿐만 아니라 공급망 측면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진흥회는 “일부 기업들이 러시아 수출용 굴착기 수주 후 부품과 자재를 선구매했으나 현재 수출길이 막혀 손실보전이 시급하다”며 “중국 선전 등 봉쇄지역에 진출한 공작기계 업체들도 부품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륙운송이 지체되면서 판매량도 동반 감소했다”고 말했다.
 
구자열 무역협회장은 “지금도 우리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원을 다투는 원가절감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와 충분한 재고 비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모든 가능성을 열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한국무역신문>